[문화의 향기] 코믹 설정에 생음악 연주 신나는 '스쿨 오브 락'

입력 2019-03-14 17:23  

흥행 영화를 무대 위에 옮긴 '무비컬'
탄력 있는 연출과 웨버의 음악 기대

원종원 <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 뮤지컬 평론가 >



록 음악이 인생의 전부인 듀이는 임시교사인 절친 슈니블리의 집에 얹혀사는 2류 인생이다. 어느 날 명문 사립초등학교 호레이스그린에서 친구에게 임시교사직을 제안하는 전화를 대신 받은 그는 집세를 마련하려고 거짓 신분을 꾸며 학교로 향한다. 잭 블랙의 배꼽 잡는 연기로 유명했던 영화 ‘스쿨 오브 락’의 줄거리다. 이번엔 뮤지컬로 만들어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영화를 무대로 탈바꿈시키는 ‘무비컬’은 글로벌 공연가에서 사랑받는 트렌드다.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은 그중에서도 꽤 특별한 매력이 있다. 시종일관 폭소를 자아내는 코미디와 아이들에게 록 음악을 가르치고 밴드 경연대회에 나간다는 기상천외한 스토리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아역 배우들의 기막힌 연주와 노래다. 어찌나 완벽한지 공연에 앞서 “정말 아이들의 연주냐는 질문이 많은데, 진짜 아이들이 직접 연주한다”는 제작자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안내말도 나온다.

뮤지컬은 드림팀에 의해 완성됐다. 로이드 웨버가 제작과 작곡으로 참여했다. ‘캣츠’ ‘오페라의 유령’ ‘에비타’ 등 그의 흥행작들은 현대 흥행 뮤지컬의 대표 콘텐츠다. 록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도 빼놓을 수 없다. 스물한 살 나이에 그는 기성세대와 질서를 거부하는 예수의 시대정신을 저항적인 록 음악에 담아 세상을 놀라게 했다. 원숙한 달인의 경지에서 이제 다시 록 음악을 활용한 ‘스쿨 오브 락’을 세상에 내놨다. 뮤지컬이 음악을 통해 이야기를 즐기는 장르적 특성의 공연 양식이라면, 이 작품은 그 모습 그대로 뮤지컬을 만끽할 수 있는 완성도를 보여준다.

연출을 맡은 로런스 코너는 한국에도 다녀간 적이 있는 정상급 예술가다. 한국어로 번안된 뉴 버전의 ‘미스 사이공’이 그가 만든 무대다. 2014년 재공연된 ‘레 미제라블’이나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기념 콘서트 무대도 연출했다. 스크린용 영화를 무대 문법에 맞춰 탄력있게 재구성한 솜씨는 왜 그가 최근 가장 손꼽히는 절정의 연출가인지 실감하게 한다.

치밀한 배려에도 반하게 된다. 록 음악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더욱 각별할 것이다. 영화처럼 뮤지컬에서는 레드 제플린이나 블랙 사바스, 딥 퍼플 등을 연상케 하는 선율과 연주가 코믹한 설정과 어우러지며 록 마니아의 구미를 당긴다. 어른들의 규율과 욕심으로 가득한 엘리트 교육의 현장에서 아이들이 ‘캣츠’의 대표곡 ‘메모리’를 노래하면 “제발 그 음악은 이제 그만!”이라며 가로막는 듀이의 모습에서는 박장대소가 터진다. 영국 런던에서는 뉴런던극장에서 막을 올렸는데 ‘캣츠’가 21년간 공연됐던 역사적인 장소라 웃음소리가 더 컸다. 같은 작곡가의 작품이라 웃자고 건넨 영국식 유머다.

지난주 중국 투어 공연의 막을 올린 상하이 그랜드시어터는 만원사례를 이뤘다. 이어질 베이징과 광저우 공연도 티켓 예매가 거의 끝나간다는 후문이다. 국내에서는 오는 6월부터 서울, 부산, 대구 등에서 상연될 예정이다.

극성스럽게 엘리트 교육에 몰두하다 아이들의 연주를 듣고 변화하는 부모들의 모습은 왠지 ‘SKY 캐슬’을 보며 논란에 휩싸였던 우리 교육현실과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아 씁쓸한 미소를 짓게 된다. 무대에서처럼 통쾌하게 현실도 바뀔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올여름 놓치면 후회할 뮤지컬 작품이다.

jwon@s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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